Essay

양양 전통주막집 장날

yahopet 2017. 12. 11. 19:52

양양시장에 5일장이 열린다는군요. 

그 양양시장 한켠에 전통주막집 '장날'이 있습니다. 


1월 1일 낙산 해수욕장에서 해돋이를 보고 들렀던 기억이,

다시 이곳 장날로 발걸음을 안내합니다. 


인공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향토 추어탕은 물론이고,

장날은 벽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과 글들이 명품입니다. 


장날의 모습 사진에 담아봤습니다. 

여러분 아래 문구가 보이는지 잘 살펴보세요. 


날씨야!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




하하, 찾으셨어요?

왼쪽 하단부에 그림과 같이 있답니다.





사장님 성함을 딴 '춘자의 전성시대'

역시 멋과 풍류를 아는 지인께서 그려주셨다고 하시네요. 




최종환 시인의 시집 '의상대 일출'에 실린 '장날에서'라는 시가 벽에 걸려있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시고, 제게 시집 한 권을 주시네요. 

'장날에서'는 아래에서 소개해드릴께요.




좀더 벽에 있는 글과 그림을 볼까요?





아래 사진은 식탁 위에 놓인 그림이랍니다. 

곳곳에 미술작품이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장날의 향토 추어탕!

인공 조미료는 전혀 가미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맛이랍니다. 

김치도 국물까지 먹으라고 권하시는 사장님,

그만큼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차림상과 함께 사장님 인터뷰 영상 보여드릴께요. 








장날에 오면

그리움이 있다




정성 가득담긴 장날의 차림표입니다. 

추어탕을 먹었는데, 다음에는 다른 메뉴도 먹어봐야겠습니다. 




입구에 놓인 기타와 피아노, 

손님들을 위해 준비된 악기라는군요. 

다음에 들리신다면, 이 악기들로 멋진 연주를 해보세요.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나오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장날의 작은 공간에 참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맛있는 추어탕은 물론, 

인생을 즐기고 계신 사장님을 뵐 수 있어 너무 기뻤습니다. 

'춘자의 전성시대'

오늘, 현재를 가장 잘 살고 계신 사장님, 

그리고, 멋과 운치가 있는 전통 주막집 '장날'...

오늘을 현재를, 자연을 풍류를 느껴보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꼭 들려보라고 권해드립니다. 


지난 주 토요일 방문했는데, 여느 때와는 달리 포스팅이 늦었습니다. 

글을 다 쓰고나면 사장님께 링크를 문자로 알려드려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종환의 '장날에서'를 소개하며 글을 맺습니다. 




장날에서

최종환


닷새 만에 서는 장날의 끄트머리에

수즙은 듯 고개를 내민 장날이 있다

그렇다고 장돌뱅이 난장은 아니고

장날은 실내포장마차 이름이다

탁자 세 개와 평상 선반 위 질항아리에

마른 억새마저 정에 겨운 풍경이다

어느덧 조금씩은 낡은 사람들이

왕년에 폼 잡고 음주가무 께나 해 봤을

자갑논 몇 마지기쯤 해 잡쉈을 한량들이

곰삭은 홍어삼합 시켜놓고 술판을 연다

홍어엔 전라도치기의 육자배기가 좋았다

울산이 고향이 주모 춘자씨는 누가 써준

춘자의 전성시대란 걸개를 그냥 걸었다고

매번 죄송해 어쩔 줄 모른다

진짜 춘자의 전성시대는 언제 오려나

날씨야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먹지란 결의에 찬 술꾼의 낙서가 좋다

곳곳에 사연을 적은 문장들이 있고

제법 공맹의 도를 논한 글귀도 눈에 띈다

닷새마다 서는 오일장이 아니고 매일처럼

장이 서는 장날이었으면 좋겠다

무싯날에도 장날의 전성시대처럼